학교가 떠들썩하다.

아니, 가만 보면 인근 동네 전체가 떠들썩한 것 같다. 과기대 앞 광장에는 그야말로 프로들이 만들어낸 무대가 들어섰고 이름 모를 가수들부터 싸이와 같은 유명 가수까지 리허설을 하고 있다. 아마 잠시 후면 본격적인 녹화에 들어갈 것이다.


KBS열림 음악회 녹화 방송을 여기서 하게 된 것이다.

조치원이라는 비교적 무명의 지역에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일 것이다. KBS 입장에서는 매 주 반복하는 녹화 작업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다니던 통학 코스가 급조된 바리케이트와 좌석들로 인해 막혔다. 일단 난 그것의 불편함을 핑계 삼아 자취방에 내려와 쉬고 있는 중이다.

각종 강의가 소음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휴강을 내야만 했다. 그런데 리허설 장면이 보이는 과기대 건물 휴식터에 평소에 볼 수 없던 교수님들도 올라와 있는 게 더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휴강 공고가 뜨기 전, 멀티미디어 실에서 공부하며 마신 음료수.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바람에 얻어먹었다. 그 가위바위보도 평범하게 넘어가지 않는 친구들이 참 대단하다.



공부하고 있는데 친구가 택배로 뭔가 왔다며 급히 나가더니 이런 물건을 들고 왔다.
제철이 아니라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나? 어쨌든 보드 강사 자격증이 있는 친구이기에 이런데 관심이 있는 줄은 알았다. 문제는 내가 그 세계의 룰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뭐,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내가 컴퓨터 하드웨어에 미쳐있듯이 이 친구는 이쪽으로 아주 소식이 밝은 것이다. 결국 뭔가 하나를 좋아하고 그에 나름의 노력을 들인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로 공부할 때 쓰는 샤프. 그림을 그릴 때 쓰는 4B 연필. 그리고 그 그림을 PC로 옮겨 색칠할 떄 사용하는 타블렛의 펜.
이 중 하나라도 꺾인다면 내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각기 다르지만 모두 지금의 나를 이루며 앞으로도 그렇게 해 줄 고마운 도구들이다.



결론은, 의외로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신기한 것 외엔 모든 것이 평범하다. 불과 한 달 전에 지옥같은 더위가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워진 공기가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평범한 일상. 지금은 못 느껴도 아마 나중에 돌이켜보면 소중한 시간이 될 것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