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에 정치에 무관심했고 관심을 줄 만한 여유도 없었다. 대학생 때 학생회가 하는 일들은 정말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나와 같은 공대생들은 현실을 버티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번도 그가 하는 것에 지지를 한 적이 없고, TV에 그가 나오면 다른 채널로 돌리고 싶었다. 나는 그가 싫다고 말했고, 몇몇은 그 생각에 동의했다. 내가 봤을 떄 그가 있던 당시의 세상은 혼란과 혼돈 - 그 자체였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건 조금 오래 된 이야기다.
IMF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를 나는 고등학생 때 겪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때 쯤엔 좀 더 나아지리라 위안을 하고 이공계를 선택, 공대로 진학했다.
입대를 할 땐 공군으로 현역입대하였고, 그 도중에 대통령 선거가 일어났다. 훈련과 업무와 고참과 후임의 틈새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기에 세상은 더 정신 없이 회오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고, 세상은 변화를 택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제대를 하고 취업이 불과 2~3년 뒤로 다가오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상황이 IMF 때와 준할 정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나라의 미래보다 내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불만이었고, 그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됐다. 내가 내 미래를 선택하는데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현재의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누가 대통령이든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우린 이미 이념과 나라의 미래보다 나 자신의 미래를 챙기는데도 급급한 세대가 된 지 오래였으니까.
그의 재임시절.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오는 뉴스마다 당황스러웠고 기발하고 괘씸했다. 어떤 것은 공감이 가지만 대부분은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화를 내며 거리로 뛰쳐나갔고, 그는 그렇게 화난 사람들 앞으로 뛰어 나와 입을 열었다. 결론이 있을 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는 열심히 말을 주고 받았다.
5년 내내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고 그는 내려왔다.
여느 대통령과 달리 고행길이었던 5년을 접고 그는 진심어린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 사실을 듣고 살짝 흔들렸다.
"어?"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지만, 정말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뒤를 이어 시작부터 수많은 논란을 등 뒤에 후광처럼 업은 다른 이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세상을 읽기 시작했던 20대 초반에 본능처럼 익히던, 고향으로 내려간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에 알던 그 세상과 뭔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컨테이너가 벽이되고, 그 한가운데 이순신 동상이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피를 흘린다.
경찰은 친근한 민중의 지팡이에서 주군의 충실한 사무라이로 변했다. 그들은 무서운 존재가 되었고, 버스는 컨테이너와 함께 장벽이 되었다. 이전의 '그'와 달리, 지금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무력의 방어로 사람들에게 뛰어들고 있다.
역사책속에서 보던 총칼의 정권시대가 눈 앞에 합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포토샵에서 20개 정도의 레이어를 쌓아 작업하고 있었는데, 한참 아래에 숨어있던 레이어를 맨 위로 끌어올린 기분이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세상이 없어졌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있던 그 땅이 2년 남짓 만에 없어졌다.
억눌린 공포와 분노가 마음 속에 자리잡아야 했던 책 속의 낡은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고향에 내려간 그가 죽었다.
당황스럽게 다가왔던 첫 인상 못지 않게 당황스러운 종결을 스스로 찍어버렸다.
그의 죽음에 대한 쇼크는 전국에 퍼졌고, 세계가 주목했다.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닌데, 안타깝다는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그게 끝이 아니다.
과거 그가 있던 자리에 지금 앉은 또 다른 이, 그 사람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그가 아닌, 과거의 것을 끌어오는 또 다른 이.
벽으로 말하고자하는 이.
자기 자신의 신념보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이.
그가 위에 앉아있다.
우린 이미 예전에 겪었던 낡은 새 세상에 살고 있다.
하고싶은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회.
어른들에겐 익숙할 지 모를 억압이 공기 속에 존재하는 세계.
그런 낡은 세상이 말이다.
어제 있던 장례식. 수십, 수백만이 모여 만든 거대한 슬픔.
그 거대한 흐느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지금 위에 앉아있는 이에게는 반드시 고민하고 돌아봐야 할 의문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딱히 그렇지도 못했던 것만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난 여전히 이마에 주름이 하나 크게 나 있던 그가 좋지 않다. 그를 좋아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와서 그 때가 좋있다고 말하는 것도 뻔뻔하다.
그는 볼 수 없는, 더 먼 곳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떠나면서야 나는 우리 세상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뒤늦게 느꼈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내 현실과 내 관심사만을 바라보던 내 삶이지만, 그것조차 이젠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 소름끼친다.
새삼스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은 양심 상 가책이 많이 느껴져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나도 사후약방문을 한 없이도 반복하는 어리석은 소시민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고백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
부디 먼 곳으로 가서는 평안하시길.
※ 090810
왜 그런지 몰라도 여기 댓글에 계속 스팸이 달려서 댓글, 트랙백을 차단합니다. ㅆㅂ스팸 것들
애초에 정치에 무관심했고 관심을 줄 만한 여유도 없었다. 대학생 때 학생회가 하는 일들은 정말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나와 같은 공대생들은 현실을 버티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번도 그가 하는 것에 지지를 한 적이 없고, TV에 그가 나오면 다른 채널로 돌리고 싶었다. 나는 그가 싫다고 말했고, 몇몇은 그 생각에 동의했다. 내가 봤을 떄 그가 있던 당시의 세상은 혼란과 혼돈 - 그 자체였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건 조금 오래 된 이야기다.
IMF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를 나는 고등학생 때 겪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때 쯤엔 좀 더 나아지리라 위안을 하고 이공계를 선택, 공대로 진학했다.
입대를 할 땐 공군으로 현역입대하였고, 그 도중에 대통령 선거가 일어났다. 훈련과 업무와 고참과 후임의 틈새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기에 세상은 더 정신 없이 회오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고, 세상은 변화를 택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제대를 하고 취업이 불과 2~3년 뒤로 다가오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상황이 IMF 때와 준할 정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나라의 미래보다 내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불만이었고, 그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됐다. 내가 내 미래를 선택하는데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현재의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누가 대통령이든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우린 이미 이념과 나라의 미래보다 나 자신의 미래를 챙기는데도 급급한 세대가 된 지 오래였으니까.
그의 재임시절.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오는 뉴스마다 당황스러웠고 기발하고 괘씸했다. 어떤 것은 공감이 가지만 대부분은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화를 내며 거리로 뛰쳐나갔고, 그는 그렇게 화난 사람들 앞으로 뛰어 나와 입을 열었다. 결론이 있을 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는 열심히 말을 주고 받았다.
5년 내내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고 그는 내려왔다.
여느 대통령과 달리 고행길이었던 5년을 접고 그는 진심어린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 사실을 듣고 살짝 흔들렸다.
"어?"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지만, 정말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뒤를 이어 시작부터 수많은 논란을 등 뒤에 후광처럼 업은 다른 이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세상을 읽기 시작했던 20대 초반에 본능처럼 익히던, 고향으로 내려간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에 알던 그 세상과 뭔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컨테이너가 벽이되고, 그 한가운데 이순신 동상이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피를 흘린다.
경찰은 친근한 민중의 지팡이에서 주군의 충실한 사무라이로 변했다. 그들은 무서운 존재가 되었고, 버스는 컨테이너와 함께 장벽이 되었다. 이전의 '그'와 달리, 지금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무력의 방어로 사람들에게 뛰어들고 있다.
역사책속에서 보던 총칼의 정권시대가 눈 앞에 합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포토샵에서 20개 정도의 레이어를 쌓아 작업하고 있었는데, 한참 아래에 숨어있던 레이어를 맨 위로 끌어올린 기분이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세상이 없어졌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있던 그 땅이 2년 남짓 만에 없어졌다.
억눌린 공포와 분노가 마음 속에 자리잡아야 했던 책 속의 낡은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고향에 내려간 그가 죽었다.
당황스럽게 다가왔던 첫 인상 못지 않게 당황스러운 종결을 스스로 찍어버렸다.
그의 죽음에 대한 쇼크는 전국에 퍼졌고, 세계가 주목했다.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닌데, 안타깝다는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그게 끝이 아니다.
과거 그가 있던 자리에 지금 앉은 또 다른 이, 그 사람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그가 아닌, 과거의 것을 끌어오는 또 다른 이.
벽으로 말하고자하는 이.
자기 자신의 신념보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이.
그가 위에 앉아있다.
우린 이미 예전에 겪었던 낡은 새 세상에 살고 있다.
하고싶은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회.
어른들에겐 익숙할 지 모를 억압이 공기 속에 존재하는 세계.
그런 낡은 세상이 말이다.
어제 있던 장례식. 수십, 수백만이 모여 만든 거대한 슬픔.
그 거대한 흐느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지금 위에 앉아있는 이에게는 반드시 고민하고 돌아봐야 할 의문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딱히 그렇지도 못했던 것만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난 여전히 이마에 주름이 하나 크게 나 있던 그가 좋지 않다. 그를 좋아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와서 그 때가 좋있다고 말하는 것도 뻔뻔하다.
그는 볼 수 없는, 더 먼 곳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떠나면서야 나는 우리 세상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뒤늦게 느꼈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내 현실과 내 관심사만을 바라보던 내 삶이지만, 그것조차 이젠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 소름끼친다.
새삼스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은 양심 상 가책이 많이 느껴져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나도 사후약방문을 한 없이도 반복하는 어리석은 소시민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고백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
부디 먼 곳으로 가서는 평안하시길.
※ 090810
왜 그런지 몰라도 여기 댓글에 계속 스팸이 달려서 댓글, 트랙백을 차단합니다. ㅆㅂ스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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