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컴뱃이 처음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다(시리즈 첫 작품 발매일 : 1995년 06월 30일)
그러나 PS1 시절의 나는 파이널 판타지를 비롯한 RPG와 아케이드에 설치된 3D 격투 액션들 외엔 다른 장르의 게임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그 당시 너무나도 압도적인 그 남자의 등짝



버추어 파이터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고, 뒤이어 철권이 나와 3D 격투의 왕좌 다툼에 불을 질렀으며 릿지 레이서는 레이싱의 짜릿함을 내게 한 껏 쏟아내주고 있었다.
즉, 그 때 내겐 비행기가 나오는 게임은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작이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서 꺼렸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론, 비행기 관련 3D게임 자체에 흥미를 못 느꼈던 건 아닌 것 같다. 오래 전에 친구를 통해 입수했던 한 스타워즈 관련 게임이 그것인데, 악당의 편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맛이 쏠쏠했던 '타이 파이터'가 그것이다.

대단히 재미있었던 마우스 킬러 게임



이 게임 덕분에 잘 쓰고 있던 볼 마우스의 수명이 순식간에 다 되어서(시야를 돌리는데 마우스를 사용했음) 새 마우스를 사야만 했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우주 공간이라는 전방위 360도의 제약없는 배틀 필드에서 다양한 임무가 주어지며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의 시뮬레이션 적인 까다로움도 적은 - 그야말로 게임의 재미에 충실한 명작이었다. 지금 봐도 게임성은 손색이 없을 정도랄까.

뭔가 부족하지만 충분히 날아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적의 공격을 피해 살아야 한다는 압박과 반대로 적을 격추시킬 때의 쾌감, 무엇보다도 지상에선 이룰 수 없는 공간 감각이 이런 게임의 장점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스타워즈의 이 시리즈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각 비행기 기종별로 모두 게임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시리즈가 제작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리얼리티라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리얼함. 실제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느낌. 실제로 하늘을 날 때 겪게 되는 난관의 구현. 그야말로, '시뮬레이션'적인 요소가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크게 강조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가장 기억에 남는 타이틀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

최근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의 모습. 보기만해도 쏠린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동시에 리얼하지 않은 게임은 유치하다는 냉소와 함께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불어닥친 하나의 트렌드였다.


그런데 남코라는 게임 제작사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버추어 파이터가 리얼한 격투 세계를 지향하고 있을 때, 철권은 악마와 천사가 등장하고 전투 기계 로봇이 등장해 싸우는 등 현실이 근본인데도 판타지적인 아스트랄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란 투리스모라는 뜻하지 않은 라이벌이 등장해 사람들을 리얼한 레이스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마당에도 릿지 레이서는 경쾌하고 스릴 넘치는 - 동시에 현실에선 절대 구현될 수 없는 드리프트에 게임의 철학을 걸었다(물론 이 때문에 지금은 단지 하드웨어 테스트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둥,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몰입이 안 된다는 둥 안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에이스 컴뱃은 실제 존재하는 전투기를 세밀하게 모델화 시키놓고 거기에 미사일을 60~90발이나 싣고 하늘을 날아 올라 모든 것을 미사일로 때려잡는 쾌감을 극도로 살린, 다른 비행기 관련 게임들과 매우 다른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최근 남코의 대표작들.



이 게임들은 남코라는 회사가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 게임들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다수의 사람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리얼한 감각이 떨어져 단점이 되더라도 철저히 '재미'를 위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다만 이들 중, 릿지 레이서는 최근 PSP용의 그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가가 너무나도 좋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리얼함의 부재 - 더구나 리얼함을 잘 살린 라이벌이 많은 장르인 만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았던 것도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철권과 에이스컴뱃은 아직도 대단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특히 에이스컴뱃은 특별한 라이벌이 없는데도 꽉 찬 참신함으로 인해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이제 거의 게임을 손에서 놓다시피 한 나도 아직까지 반쯤 미쳐있는 유일한 게임이 바로 에이스컴뱃 시리즈다.
내가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행기로 날아 적을 때려잡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알 수 없는 매력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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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제가 접한 에이스컴뱃들 얘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나름대로 팬이라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ㅂ-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