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둘러싸고 있던 언어의 담은 무너졌고 가난한 어린 시인은 기쁜 마음으로 연필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벗어날 수 있어. 난 자유로워질 수 있어. 난 달라질 거야. 달라질 수 있어.'

상기된 얼굴로 밖으로 뛰쳐 나간 곳엔 회색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도시는 자동차 소음으로 시끄러웠고 창문은 바람에 끄덕인다.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고 바닥은 조용히 깨져갈 뿐이다. 하찮은 개미는 전력으로 달렸지만 여전히 사람의 발 아래였다. 신호등은 규칙적으로 바뀌고 있었고 그 위로 태양은 붉은 빛을 내며 내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짖는 개의 울부짖음은 처량했고 고양이의 지저귐은 소름끼쳤다. 자판기에 들어가는 동전의 울림은 아직 거북했고 음료수의 낙하는 시체처럼 둔탁했다. 노을진 하늘엔 금빛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고 어느 새부턴가 수줍게 고개를 내민 달은 태양과 짧은 만남을 하고 있다.

어두워지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시인의 옷깃을 스친다. 어린 시인은 멍 하니 서있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다시 연필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무너진 언어의 조각을 하나 씩 쓰기 시작했다. 쓰여진 언어의 조각은 다시 처음 처럼 어린 시인을 둘러 싸며 쌓여갔다.




Dear my friends.

'나의 문화 이야기 >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제  (4) 2006/06/30
무의(無意)  (0) 2006/05/25
언술사 이야기 OST?  (0) 2006/01/28
언술사 이야기 연재가 바뀌었습니다.  (6) 2006/01/25
TAG